“광고 끼워팔기·선사업 후계약”… IP 상품화 시장 대기업 ‘갑질’ 도 넘었다
이상곤 기자
cntoynews@naver.com | 2026-09-22 12:32:29
"국회는 상생협력법을 개정하고, 문체부는 표준계약서 즉시 제정하라!"
콘텐츠 상품화 공정상생위원회(위원장 이병우)가 IP 상품화 계약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의 명시적 규율 대상에 포함하도록 법을 개정하고, 문화체육관광부는 IP 라이선스·상품화 표준계약서 제정에 즉시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콘텐츠 상품화 공정상생위원회는 한국캐릭터협회(회장 박재모), 캐릭터디자이너협회(회장 송락용), 한국여성캐릭터협회(회장 이소영), 한국완구협회(회장 이병우) 등 4개 협회가 공동으로 구성한 단체로,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공정상생위는 IP 라이선스·상품화 분야에 표준계약서가 마련되지 않은 정책 공백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방치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했다.
◇ "K-IP 골든타임인데 상품화 산업은 다른 시대"
공정상생위는 방송·영화·웹툰·드라마·대중문화예술인 등 콘텐츠 산업 대부분의 분야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해 온 표준계약서가 존재하지만 유독 IP 라이선스·상품화 분야에는 표준계약서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병우 공정상생위 위원장(한국완구협회 회장)은 회견문에서 "지금은 대한민국 IP가 세계의 주목을 받는 골든타임이지만, 이 골든타임의 뒷그늘에서 우리 콘텐츠 상품화 산업은 여전히 2026년이 아닌 다른 시대에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민국 IP 상품화 계약 현장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포식하는 봉건적 관행이 방치된 공간"이라며 "그 공간을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책 공백이고, 이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것은 국회의 입법"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상생위는 IP 상품화 산업이 K-콘텐츠의 글로벌 IP 확장에 필수적인 분야라고 주장했다. 상품화 산업은 수조 원 규모이며, K-콘텐츠뿐 아니라 디즈니, 산리오, 포켓몬 등 글로벌 IP의 매출에서도 상품화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라이선스 상품이 없다면 콘텐츠는 화면 안에만 머무를 뿐, 산업이 되지 못한다"며 "K-콘텐츠가 글로벌 IP가 되려면 상품화는 필연적인 수순"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문체부가 이 분야를 방치한 결과가 지금 봉건적 갑질의 만연이며, 이제 남은 것은 국회의 입법뿐"이라고 주장했다.
◇ 선사업·후계약부터 광고 끼워팔기까지
공정상생위는 표준계약서가 없는 상황에서 산업 현장에서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불공정 관행으로 4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선사업·후계약 종용'이다.
공정상생위에 따르면 계약 체결 전에 중소기업이 기획·디자인·설계 등에 막대한 선투자를 완료하도록 한 뒤 계약 협상을 시작하는 방식이다. 해당 IP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아지고 선투자까지 투입된 시점에서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이 제시하는 조건을 거부하기 어려워진다는 주장이다.
공정상생위는 이를 '매출 종속과 선투자가 결합된 퇴로 차단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불리한 계약 강요'라고 설명하며 거래상 지위 남용의 전형적인 구조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는 라이선스 계약에 자사 채널 광고를 끼워파는 행위다.
IP 사용권에 자사 채널의 광고 구매를 필수 조건으로 결합하는 방식으로, 공정상생위는 팔다 남은 잔여 광고를 상품화 기업에 떠넘기는 사례도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광고 편성표조차 제공하지 않아 실제 광고가 집행됐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며, 결과적으로 광고비 명목으로 라이선스료를 이중으로 부담하게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 IP 인기는 떨어지는데 보증금은 14배
세 번째는 IP 역성장에 따른 위험을 일방적으로 상품화 기업에 전가하는 방식이다.
공정상생위는 IP 인기가 하락해 상품화 기업의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IP 보유사가 오히려 라이선스 계약금이나 보증금을 대폭 인상해 자신의 수익을 보전하는 사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이 해당 IP에 묶여 있는 중소기업의 처지를 이용해 IP 흥행 부진에 따른 수익 감소를 중소기업에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방식이라는 것.
공정상생위는 이날 IP 흥행 지표와 상품화 기업의 부담이 반대로 움직이는 사례도 공개했다.
위원회가 제시한 한 인기 IP의 경우 극장판 관객수가 시즌을 거치며 96.6% 급감하고 TV 시청률도 55%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해당 IP를 상품화한 중소기업이 부담한 보증금은 원안 대비 약 1400%인 14배로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공정상생위는 이를 두고 IP 흥행은 하락하는데 중소기업의 부담은 오히려 크게 늘어나는 '역방향 구조'라고 설명했다.
◇ 미방영·조기종영에 R&D 성과물까지 사장
네 번째는 미방영·조기종영으로 인한 손실과 정부 R&D 성과물의 사장이다.
공정상생위는 IP 보유사가 약속한 시즌을 방영하지 않거나 조기 종영할 경우 개발비와 생산비, 마케팅비, 재고 손실 등 사업 전반의 피해를 상품화 기업이 떠안는 구조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캐릭터 상품은 방영이 중단되는 순간 상품 가치가 크게 떨어질 수 있지만 IP 보유사는 별도의 배상 없이 책임을 회피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 R&D 자금이 투입된 성과물조차 사업 분쟁 과정에서 판매금지 가처분으로 판매가 중단돼 사장되는 극단적인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공정상생위는 주장했다.
◇ 중기부도 "소관 아님"…제도적 사각지대 주장
중소벤처기업부의 조사 회신 사례도 공개했다.
공정상생위가 IP 상품화 계약과 관련해 조사해 줄 것을 요청한 데 대해 중소벤처기업부가 '해당 사안은 IP 라이선스 계약이지 하도급이 아니어서 조사할 수 없다'는 취지로 회신했다는 것.
이 위원장은 "저희는 중기부를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중기부의 '소관 아님' 판정 역시 근본 원인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책 공백이며, 이제 국회가 상생협력법 개정으로 이 사각지대를 메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회는 법 개정, 문체부는 표준계약서 제정해야"
공정상생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회가 IP 상품화 계약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의 명시적 규율 대상에 포함시키는 법 개정에 즉시 착수할 것과 ▲문화체육관광부가 IP 라이선스·상품화 표준계약서 제정에 즉시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공정상생위는 국회 정무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 3개 상임위원회에서 해당 문제를 다가오는 국정감사에서 정식으로 다뤄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공정상생위에 참여한 4개 협회가 표준계약서 제정 과정에 산업계 대표로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공정상생위는 "저희 4개 협회는 표준계약서 제정 작업에 산업계 대표로서 즉시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국회와 문체부의 신속한 응답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 불공정 피해 조사·공정위 신고 지원 등 후속 활동
공정상생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업계 전반의 불공정 피해 사례를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자료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지원, 국회 정책 건의, 표준계약서 제정 참여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그동안 개별 기업이 보복을 우려해 홀로 감내해온 피해가 산업계 공동의 이름으로 공식화되는 첫 계기가 될 것"이라며 "공정한 거래 없이는 지속가능한 산업이 없고, 지속가능한 산업 없이는 글로벌 K-콘텐츠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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