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컬럼] 마음을 치유하는 장난감

- 이장주(문화심리학박사)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이 말하는 마음을 치유하는 장난감
이상곤 기자
news@toynews.kr | 2017-03-04 21:42:00

 

아이는 무수한 잘못을 저지르며 복잡한 세상에 적응해갑니다. 서너살쯤된 아이가 잘못을 저지르면, 많은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생각하는 방’ 기법을 엄마들은 적용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기법은 육아서적에서 설명한 것처럼 아이가 반성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생각하는 방에 들여보내고 잠시 후 뭐하나 살짝 보면, 손짓 발짓으로 장난을 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간혹 주변에 뭐라도 손에 닿는 것이 있으면 ‘언제 잘못을 했더냐’ 싶게 그걸 가지고 천진난만하게 놀기도 합니다. 엄마들은 아이가 풀 죽지 않고 여전한 모습에 안도를 하다가도, 이내 ‘내가 뭘 잘 못 가르치고 있는게 아닌가?’하는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들은 장난을 치고 노는 과정에서 중요한 잘잘못을 판단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변화가 생겨납니다.




아이들이 4살쯤 되면, 스스로 잘잘 못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인 ‘마음의 이론(Theory of Mind)’이 생겨납니다. ‘마음의 이론’이란 다른 사람은 나와 다르게 생각한다는 믿음을 말하는데 발달과정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마음의 이론이 아직 발달하지 않은 3살짜리 아이는 할아버지 생신선물로 장난감을 사려고 합니다. 그러나 마음의 이론이 생겨난 5살짜리 아이는 냄새와 맛이 별로지만 할아버지가 즐겨 드셨던 ‘홍삼캔디’를 집어 듭니다. 마음의 이론이 수행하는 더 중요한 기능은 나를 다른 사람처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입니다. 어른들이 잘못된 행동을 스스로 돌아보고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생애 최초로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거짓말은 어른과 다릅니다. 아이들의 거짓말은 자기의 잘못 때문에 ‘엄마의 사랑을 잃지 않을까’하는 걱정으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아이는 아직 어리기에 잘못을 판단하는 마음과 잘못을 저지를 때 마음을 한꺼번에 다룰 능력이 없기에, 잘못을 야단 치는 엄마가 야속하기만 합니다.


 

이런 야속함을 느끼는 아이들에게 가장 큰 위로는 헬로카봇 같은 장난감입니다. 카봇은 주인공의 말을 무조건 들어주고 힘도 아주 강해서 무엇이든 척척 도와줍니다. 그것도 엄마 모르게 비밀로 말입니다.

아이들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동안 마음 속에서는 ‘잘못을 저지르는 나’와 이것을 ‘판단하는 나’간에 통합능력(integrity)이 자라납니다.

혼자서 실수를 저지르는 주인공 차탄의 역할과 그것을 해결하는 카봇을 1인 2역으로 맡으며 노는 동안, 아이는 잘못을 저지르고 불안했던 마음과 불편했던 마음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연습합니다. 그러는 동안 아이의 마음은 아주 천천히 어른스러운 마음으로 변해갑니다.




장난감은 즐거운 놀이도구일 뿐 아니라 아이들의 불안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치유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렇기에 엄마에게 웬만큼 혼나도 아이들은 끄떡없이 자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카봇이라는 비밀친구가 있거든요.




엄마한테 혼 나서 속상하고, 억울한 마음이 있던 아이가 카봇과 놀다 어느새 스르르 잠에 빠집니다. 아마 아이는 꿈 속에서 카봇과 실컷 노는 동안 마음이 상쾌해지는 힐링을 경험했을 겁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잠에서 깬 아이가 어떻게 아무일 없었던 듯 엄마를 보며 ‘헤헤’ 웃을 수 있겠습니까?




 

글쓴이 이장주(문화심리학박사)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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